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북유럽은 개뿔

+ Copenhagen, Stockholm, Oslo

한국 사람들에게 천국같이 여겨지는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3국, 우리가 스칸디나비아라고 적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라로 읽는 꿈의 나라입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족한 면들을 비판할 때마다 비교의 대상이 되는 이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4K 인생이야.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야. 초고화질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더라구. 일단 환경이 그래. 어떻게 그렇게 화창하고 쨍하지?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깨끗하더라구. 브라운관 TV로 보다가 갑자기 4K 고화질 모니터 화면을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더만. 잘 정돈된 도시환경도 그렇고,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러운 건축물들과 가구들, 별 문제 없이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모든 게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보이더라구. 그런데 정말 여기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까요? 노르웨이는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나라이고, 그 뒤를 스웨덴, 덴마크 등이 따르고 있지요. 참고로 한국은 50위권 밖이랍니다.

 


그래 그렇겠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들이니. 행복은 내일에 대한 염려 없음,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보장된 시스템 위에서 싹트겠지. 그런 면에서 이 나라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상할 거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안정은 행복의 필수 조건일까? 안정되지 않은 삶은 불행한 걸까?’


정말 행복은 안정 위에 싹트는 걸까요? 불안정한 삶은 불행한가요? 그러면 안정은 무얼 말하나요? 경제적 안정은 마음의 행복의 절대적 조건일까요? 그럼 도전에서 오는 행복은 행복이 아닌가요?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은 불행한 도전인가요? 이들의 행복 조건이 궁금해집니다. 정말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잘 정돈된 삶. 변화가 없는 안정성. 우리 사회처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함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을 거야. 그런데 좀 지루하지 않을까? 역동성이 떨어지면 삶은 무료해지잖아? 계속 의문이 드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솔직히 아직 문명화가 덜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런 삶은 우리도 살았었잖아. 대가족이 한마을에 몰려 살며, 매일매일이 반복되던 전통적 농경사회 말이야. 이 나라 사람들 아직도 그런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그런 건 아닐까? 스웨덴의 외곽 휴게소에 잠깐 들른 적이 있었는데 화장실이 재래식이더라구. 푸세식 말이야. 이제는 한국의 시골집에서도 보기 힘든 재래식 화장실이 말이야. 그래도 나름 휴게소였는데 말이야.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속살을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판타지처럼 존재하는 이 나라들의 속살은 사실 그렇게 판타스틱하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경제적인 부분을 살펴볼까요? 덴마크는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큰 나라입니다.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99%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상위 10%가 70% 점유) 또한 세계에서 가계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가계부채가 330%가 넘는데 이는 우리나라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입니다. GDP 대비 부채율은 122.9%이고 (한국은 87.2%) 평균 세율은 42%에 달합니다. (한국은 9% 수준) 고소득자의 세율은 56.5%로 세계 최고입니다.


스웨덴은 부익부빈익빈이 계급구조처럼 이루어져 있어서 최상위층 90%가 상속에 의해 부를 획득하고, 상위 1%가 부의 25~40%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상속세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아예 상속세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최고세율은 55%에 달합니다. 부가세는 25%이고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2배에 달합니다. 심지어 상속세는 0%인데 창업하면 내는 창업세가 67%에 달합니다. 교육 부분에서도 스웨덴은 의외로 주입식 교육이라고 합니다. 창의적 교육을 하는 귀족학교가 있기는 하나 수가 많지 않고, 무상교육인 국공립에 비해 학비가 턱없이 비싸고 입학 경쟁도 치열하다고 합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학력 저하가 문제가 되어, 한국식 교육제도를 도입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는군요. 70년대 유전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세계 5위의 산유국이 된 노르웨이는 논외로 하더라도,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속살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역시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운용하는 사람들의 자세일까요?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운이 제일 크지. 일단 바이킹 시대 이후 산업혁명기까지,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유럽 변방국가들이었다가, 오히려 2차 세계 대전 때 전쟁에 휘말리지 않음으로써, 전후 유럽 복구 사업의 혜택을 톡톡히 입은 측면이 있어. 한국전쟁 이후 일본이 패전국에서 선진국으로 급부상했던 것처럼 말이야. 게다가 땅덩이는 넓은데 인구는 적고, 분쟁이 있기는 했지만, 칼마르 동맹처럼 서로 형제 국가들처럼 지내면서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었지.
 
그러니까 현대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하는 국면에서 여타 서방 선진국가들과는 달리, 제로베이스에서 사회제도를 세울 수 있었다는 이점이 있었던 거야. 그 바탕 위에 강력한 복지국가를 건설한 거지.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들과, 소련과 동유럽에 걸쳐있는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 놓여있었던 지정학적 위치도 한몫했지. 양쪽 모두에서 영향을 받고, 장점들을 모아, 자신들에 맞는 국가 시스템에 접목한 것은 매우 지혜로운 선택이었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부패도, 청렴도, 언론자유도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들을 잘 접목하여 세운 국가복지시스템 위에, 안정된 정치 시스템까지. 운도 좋았으나, 그 운을 기회로 삼아 자신들의 것으로 잘 소화해 낸 지혜가 지금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도와 정치 지도자들의 현명함 만으로 시스템의 유지가 가능할까? 개별 국민들의 인식과 의식수준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리 현명한 임금이 나타난다 해도 몇 대를 가지 못해 뒤집어지는 게 세계의 역사였잖아. 스칸디나비아의 정신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법칙이 있어. 일명 ‘얀테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스칸디나비아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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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담集賢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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