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다른 차원으로 가려면

+ Castle of Quéribus, Provence


드디어 도착했구나. 스타게이트의 한 지점. 여기서 나는 이생과의 연(緣)을 다할까?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우주선을 타고 외계 문명으로 날아가게 될까? 아니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게 될까? 그것은 4차원일까? 아니면 10차원? 인터스텔라처럼 이 문을 통과하면 딸아이를 볼 수 있을까?


멀린은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몽세귀르의 케피뷔스성 앞에 도착했습니다. 이 중세의 요새는 숨겨진 교회의 역사에 등장하는 ‘카타리파’의 최후 항전지입니다. 교황과 프랑스 왕의 알비 십자군에 대항해 마지막까지 항전하다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남은 200여 명의 신도들이 화형을 당하고 전멸해버린 피의 순교지입니다.

 


왜 이 장소가 스타게이트의 한 지점인지 궁금했어. 누구도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어쨌든 카타리파의 신념 중에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열쇠가 있는 지도 모르지. 아무튼 올라가 봐야겠어. 그런데 까마득해 보이네.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겠는걸.


몽세귀르 요새까지, 거리는 멀어 보이지 않으나 가파른 경사가 험난해 보입니다. 멀린의 저질체력이 저 경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올라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뭔가 나타나리라. 정말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반신반의하며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기 올라가는 길목에서 나이 든 개 한 마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거야. ‘잘 왔네. 제군’ 인사라도 하듯이 말이야.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개 한 마리가 멀린 일행을 마중 나온 것입니다. 그냥 동네를 떠돌아다니는 들개인지, 어느 집에서 풀어 놓은 애완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매우 나이 들어 보이는 개는 마치 멀린 일행을 인도하러 온 가이드처럼 앞장서서 길을 인도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나로서는 무언가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 따로 내색을 하지는 않고 장난삼아 ‘일루미나티가 보낸 전령’인가 보다 농담을 했지만, 이 개가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조금 흥분되는 마음이 일었어. 그런데 정말 계속 앞서가면서 우리를 인도하는 거야. 심지어 힘들어서 가다 서면, 자기도 섰다 가고 또 섰다 가고 하면서 보조를 맞추는 거야. 가이드처럼 말이야. 중간에 매표소가 나와서 매표하는 직원한테 혹시 이 개가 여기 사는 개냐고 물어보았는데, 그 직원도 ‘글쎄?’하며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잘 모르는 눈치였어. 저 멀리 소떼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소떼를 모는 개가 아닌가 싶긴 했지만 정체를 알 수는 없었어.


어디서 나타난 개일까요? 정말 멀린을 스타게이트로 인도하기 위해 외계인, 우주인, 다른 차원에서 보낸 가이드일까요? 알 수가 없지만 의미심장합니다. 개는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며 계속 일행을 인도합니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따라가지 않고 계속 우리 일행과만 보조를 맞추어 올라가더군. 잭은 서슴없이 ‘시리우스’라고 개 이름을 지어줬어. 잭은 왜 갑자기 ‘시리우스’라고 이름을 불렀을까? 개똥이, 해피, 멍멍이.. 흔한 개 이름이 많은 데 말이야.


‘시리우스’는 신기하게도 큰개자리의 주성主星입니다. (잭은 여행 중에 종종 놀라운 직관력을 보여주곤 하였습니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동양에서는 ‘천랑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리우스’는 시리우스 성운에서 이들을 맞이하러 온 가이드였을까요?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4,622 공백 제외
500P
집현담集賢膽
집현담集賢膽
구독자 6

0개의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